The Wind / The Sea / The Rain

4년간의 한(恨) 담은 2집엔 모던과 빈티지가 공존

방송 출연 안 하고 음반 잘 파는 '독립군'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딱, 한국인의 주파수에 맞는 연가(戀歌)를 부른다.

갈색 눈의 중창단, 브라운아이드소울(Browneyedsoul : 나얼ㆍ정엽ㆍ영준ㆍ성훈)이 전하는 솔(Soul) 하모니는 대중 속에서 공존(Coexistence)과 조화(Harmony)를 꿈꾼다.

음악엔 모던과 빈티지가 섞여 있다. 1960~70년대 흑인음악을 베이스로 한 멜로디에 보컬이란 악기가 현대적인 세련됨을 더했다. 미술을 전공한 나얼의 작품인 재킷에도 MP3플레이어와 테이프, LP와 CD가 반씩 섞인 그림이 담겨 있다.

이들의 음악은 가사로, 후렴구로, 반복되는 사운드로 말초신경을 자극하지 않는다. 대중에게 억지로 꽂히려고 애쓴 억지도 없다. 내성적인 혹은 가식을 거부하는 유전자, 울컥하는 감성의 소유자, 좌뇌가 발달한 지식인의 귀까지 싹 끌어들인다.

멤버들도 고집이 있다. 유행가를 안 듣는다. 트렌드에 대한 거부다. TV,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려고 가수가 개그를 하는 현실에서 단 한차례의 방송 출연도 않는다. 음악만으로 음반에 손이 가게 만드는 절대 강자다.

4년 만에 낸 2집 '더 윈드, 더 시, 더 레인(The Wind, The Sea, The Rain)'은 홍보도 없이 음반이 잘 팔려 신기할 정도다. 음반판매 차트인 한터차트에서 한동안 1위도 했다.

"우린 요즘 음악 트렌드에 신경 쓰지 않아요. 돈을 벌겠다는 상업적인 의도도 없고요. 작업할 때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죠. 하고 싶은 음악을 해요. 즐겁게 작업하면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아요."(나얼)

"이제 와서 방송 출연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그것이 무의미해진 세상이 되기도 했고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방송에선 잘해야 본전이죠."(영준, 정엽)

가요계에서 이단아, 혹은 독립군 같은 행보를 보이는 네 멤버의 만남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더인 정엽은 나얼의 고교 동창인 가수 에코 브릿지, 영준은 나얼의 대학 선배, 성훈은 나얼의 친한 형의 소개로 팀에 합류했다.

나얼은 멤버들을 만났을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영준이의 데모 CD를 듣고 다듬어진 가수는 아니지만 원석을 발견한 듯했어요. 허스키한 흑인 감성에 따뜻한 음색이었죠. 성훈이의 비음 섞인 음색도 독특했어요. 그런데 처음엔 영입 제의를 튕기던데요?"(나얼)

"음하하. 제 목소리가 튀기 때문에 형들에게 마이너스라고 생각했어요. 돌아보면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처럼 선택의 기로에 섰던 거죠. 지금은 형들이 '갈궈도' 행복해요."(성훈)

"중창단에 대한 이상이 있었는데 제의를 받았다"는 정엽은 "목화밭에서 일하던 흑인들의 영가처럼 한이 담긴 아름다운 아카펠라 음악을 하고 싶었다. 이번엔 음반을 안낸 4년간의 한이 담겼다"며 웃었다.

멤버 전원에게 작사, 작곡, 프로듀싱 능력이 있지만 2003년 1집을 낸 이래 음악적인 견해 차로 충돌한 적도 없다. 저작권 수익도 정확히 4분의1로 나눈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팀이란다.

타이틀곡 '마이 스토리(My Story)' '바람인가요' '오래도록 고맙도록' 등 자작곡들은 구 멜로디와 신 사운드, 개성 있는 네 보컬이 입을 모아 귀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흑인음악이란 장르에 편중되길 바라진 않는다. 장르를 따지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장르는 한 뿌리에서 파생된 친척, 가족이란 생각에서다. 단지 흑인음악을 베이스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또렷하다.

"흑인음악 마니아 중엔 우리 음악을 외면하기도 해요. 하지만 창법 등을 따라한다고 진정한 솔은 아니죠. 그건 무늬만 솔이니까요. 우린 감성은 살리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미국 프로듀서 팀버랜드 음악 같은 화려한 사운드의 노래도 히든 트랙에 넣었어요. 각자 쓴 솔로곡에서도 장르를 확대 재생산했고요."(나얼)

영준은 1970년대 올드 솔 느낌의 '추억 사랑만큼'을 버블 시스터즈의 강현정과 듀엣했고, 성훈은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드는 빅밴드 스타일의 '라운드&라운드(Round&Round)'를 썼다. 정엽은 맥스웰의 음악처럼 사랑스럽고 예쁜 멜로디의 '나싱 베터(Nothing Better)', 나얼은 3년 전에 써둔 곡을 같이 부르기 뭐해서 혼자 노래했다는, 화려한 오케스트라 편곡의 '기다려요'를 수록했다.

이같은 노래들은 모두 공연장에서만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11월 연세대학교 공연에 이어 18일 부산 벡스코, 22일 대구 엑스코,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돌며 노래한다.

이 투어를 마친 두 나얼은 군에 입대한다. 27일로 입대영장을 받았으며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한다.

"제가 집단생활에 익숙해요. 주위에서도 잘할 거래요. 아무데서나 잘 자고 떨어진 것도 잘 먹고 나름 털털해요. 면역력도 강하죠. 하하."(나얼)

"그래요. 형은 음악, 그림 예술적인 것에만 예민하죠."(영준)

-출처 '네이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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